바른 마음에서 나온 올곧은 신념
신경과 이수진 교수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이수진 교수는 환자들과 오랫동안 만나게 된다. 그가 치료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나 희귀 난치질환은 짧은 기간에 좋아지는 질환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가 오랜 기간 만나며 꼼꼼하게 살펴야 해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환자와 이 교수 사이에는 그 시간만큼 정(情)이 켜켜이 쌓인다. 환자의 호전이 곧 기쁨인 이수진 교수의 깊은 속내를 들어보자.
내겐 너무 잘 맞는 신경과 의사
신경과는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와 뇌신경, 말초신경 및 근육을 포함한 말초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진료과다. 우리가 흔히 겪는 두통, 어지럼증 등은 신경과를 찾는 가장 빈번한 증상이다. 또 신경과에서는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 질환, 말초신경병증, 근육병증, 뇌신경계 감염, 수면장애 등 신경계를 침범하는 다양한 질환을 다룬다. 2014년 국제성모병원 개원 때부터 진료해온 이수진 교수는 신경과에서 다루는 질환과 다소 긴 치료 과정 등을 살피는 일이 자신의 성향과 잘 맞기에 현재에 만족하며 진료한다고 말한다.
“어떤 결정을 하기까지 심사숙고하는 제 성향을 고려했을 때 신경과는 저와 무척 잘 맞아요. 진료과를 결정할 때 제 선택이 옳았던 거죠. 예를 들어 수술하는 외과계에서는 빠른 결정과 순발력 등이 필요한데, 저는 질환이나 환자 사례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깊게 고민하는 성향이거든요.”
신경과에서 이수진 교수의 전문 분야는 신경·근육 질환, 중추신경염증성 질환(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 척수병증)등이다. 세부 전공, 즉 질환으로 보면 다발성말초신경증, 중증근무력증,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병), 근육병 등이다. 이수진 교수는 이들 질환을 진료하며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있다.
환자의 기쁨은 곧 나의 기쁨
환자의 증상이 좋아지는 건 이수진 교수에게 큰 기쁨이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환자와의 에피소드도 모두 환자가 건강을 되찾아서 덩달아 행복해졌던 일들뿐이다. 이수진 교수는 오래전이지만 여전히 또렷한 환자와의 일들을 하나둘 꺼내놓는다. 그중 가톨릭 신자인 그의 신앙심이 깊어진 사례를 들려줬다.
“개원하고 2~3년 차에 만난 40대 중반의 여성 환자였어요. 제가 진료 후 중증근무력증을 진단했고, 우리 병원 흉부외과에서 흉선을 떼는 수술을 받았는데 근무력증 위기가 왔어요. 의식은 명료한데 호흡근을 쓸 수 없어서 중환자실에 3주 정도 입원했죠. 그동안 마음이 무척 힘들었어요. 보통 그 상황에서는 원망하거나 다른 병원에 보내달라고 할 법도 한데, 환자와 보호자 모두 제게 깊은 신뢰를 보내주셨죠. 당시 저는 열심히 성당에 다니지 못할 때였지만, 당직하는 어느 까만 새벽에 병원 3층에 가서 기도했어요. 그다음 날부터 신기하게 환자가 조금씩 좋아지더라고요. 무사히 퇴원했고 지금도 2~3개월에 한 번씩 외래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제 신앙이 한 번 더 깊어진 계기가 되었죠.”
만성 염증성다발신경병증을 앓던 40대 남성에게 1년간 표준 치료를 열심히 하다가 다른 병원으로 시험치료를 보낸 사례도 있다. 시험치료를 시행한 그 병원 교수는 학회에서 환자사례를 발표하며 뛰지 못하던 환자가 뛰는 영상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환자는 커피를 사 들고 이수진 교수를 찾아와 자신이 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 등으로 진단받은 젊은 여성 환자들이 엄마가 된 모습을 보는 것도 그에게는 자기 일처럼 좋은 일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이수진 교수는 신경과 의사로서 “거창한 목표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대단한 연구를 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 연구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도, 그 분야에서 1등이 되고 싶은 것도 그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다만 환자 한 명 한 명 꼼꼼히 진료하는 그는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로만 데이터를 모아 연구하고, 언젠가 그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가졌다.
잠시 뒤 이수진 교수는 귀띔했다. 사실 진짜 꿈은 따로 있다고. 그를 만나는 모든 환자가 좋아지는 것이다. 그의 선한 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