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국제성모병원에서 만나는
가톨릭 성화 이야기

4F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 - 예리코의 눈먼 이의 치유 The Blind Men of Jericho, 1650,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3/94–1665)의 작품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성경에서 예수께서 눈먼 이의 눈을 뜨게 한 기적 이야기는 미술에서 대중적으로 자주 표현되고 널리 퍼진 주제이다. 그 까닭은 성경의 예언과 영적인 ‘시력’의 관련성 때문이다. 복음사가에 따라 기적의 수와 치유된 병자의 수는 다르나 치유를 둘러싼 분위기는 일치한다.

마태오에 따르면, 예수께서 예리코를 막 벗어나려 할 때 길가에 앉아 있던 두 명의 눈먼 사람은 그가 예수라는 것을 듣고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예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를 부른 다음, 그의 눈에 손을 댄다.

17세기 프랑스 출신 화가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3/94–1665)의 작품 <예리코의 눈먼 이의 치유>에는 두 명의 눈먼 사람이 등장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데생과 엄격한 형태의 완결성을 중심으로 조화의 미를 표현한 고전주의 이상에 대한 화가의 열망이 드러난다. <예리코의 눈먼 이의 치유>는 자연과 성경의 역사적 사건이 하나의 구조 속에 어우러져 있다. 이 구조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배치는 모두 엄격히 계산된 듯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풍경과 자연스럽게 결합해 있다. 화가는 균형 잡힌 구성 안에 성경을 읽는 것처럼 예수께서 눈먼 이를 치유하는 장면을 쉽게 파악하도록 표현하고 있다.

그림 중앙에 예수는 눈먼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의 오른쪽 눈에 손을 직접 대 만지고 있다. 예수가 눈먼 이의 눈을 만지는 행동은 치료하겠다는 표현이다. 눈먼 바르티매오는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무릎을 꿇고 있다. 그는 목청껏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간청했다. 그의 바로 뒤 또 다른 눈먼 사람도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다. 그는 이미 예수가 행할 치유의 기적을 예견이나 한 듯, 그의 손에는 지팡이가 없다. 늘 자신의 길잡이 역할을 한 지팡이는 이제 그에게는 쓸모없을 것으로 여겼는지 뒤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물론 눈먼 바르티매오는 예수께서 부른다는 소리에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겉옷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 앞에 손을 내민 것이다. 그의 왼손은 예수의 망토를 만지려 하고 있다.

반면 눈먼 이들이 자신들의 간청을 크게 말하는 것에 짜증 난 사람들은 그림에서처럼 눈먼 사람의 팔을 잡아 예수에게서 끌어내려 하거나 입을 다물도록 꾸짖기도 했다. 그러나 눈먼 이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예수에게 애원한 것이다.

이들은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에 있던 군중보다 더 분명하게 예수가 누구인지를 볼 수 있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하며 소리 높여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이들의 간청은 예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간절한 기도의 행동이다. 자신의 지팡이를 버린 것은 예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의 행동이다. 겉옷을 벗고 예수의 옷깃을 만지려는 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버리고 예수와 같은 옷을 입고, 예수를 따라 걸어가겠다는 의지의 동작이다.

눈먼 이들은 예수의 손을 통해 육신의 시력을 되찾게 되고, 예수에 대한 믿음과 제자가 되는 영적인 시력도 얻게 될 것이다. 예수의 간단한 손짓과 말씀 한마디로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이사 3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