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웠습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선선해진 날씨에 마음이 놓이기도 하지만, 계절이 바뀌었다고 폭염의 위험까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폭염은 단순히 불편한 날씨가 아니라 심장과 뇌를 비롯한 우리 몸의 여러 장기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폭염의 위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클 수 있습니다. 환경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은 『폭염 살인(The Heat Will Kill You First)』에서 열이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가장 취약한 사람부터 위협한다고 경고합니다. 책에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등산로에서 기온이 약 43℃까지 오른 가운데 건강한 젊은 부부와 아이, 반려견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례는 건강하고 젊은 사람도 극단적인 더위 앞에서는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고온에 노출되면 뇌의 체온조절중추는 피부혈관을 확장하고 땀을 분비해 몸의 열을 내보내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심장은 더 빠르게 뛰고 피부로 더 많은 혈액을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땀을 흘리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고 혈액량이 감소해 저혈압과 빈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태가 악화되면 장 점막의 혈류가 줄고 장벽이 손상되면서 내독소가 혈액으로 유입되어 심한 전신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혈관내피 손상과 응고계 활성화가 겹치면 미세혈전이 형성되고, 심한 경우 신장·간·심장·뇌 등 여러 장기가 동시에 손상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심뇌혈관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은 이러한 변화에 더욱 취약합니다.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또는 뇌졸중 병력이 있으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혈류와 심박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합니다. 탈수로 혈액이 농축되고 점도가 높아지면 혈전 형성이 촉진될 수 있으며, 혈압의 급격한 변동과 전해질 이상은 심근경색, 뇌경색, 심부전 악화와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기온이 높아질수록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증가합니다. 폭염은 심장과 뇌에 실제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특히 고령자와 심뇌혈관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은 더욱 주의하셔야 합니다.
지난 기록적인 더위는 폭염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경고이기도 합니다. 가을철 야외활동을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서도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고, 더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