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의사 영상의학과 정태섭 교수
“환자 생각 마음으로 미술 작품 만들어요”
'엑스레이 아트' 창시한 예술가
'꽃·와인 등 촬영 뒤 포토샵 편집
'100여회 전시회…교과서 수록도
'코로나 종식 뒤 작품 전시회 꿈꿔
흑백 엑스레이 사진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하는 의사가 있다.
자신을 괴짜 의사로 부르고 있지만 작은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그는 의사라는 제 직업이 아닌 예술로 미술 교과서에 이름을 올렸다.
하루는 환자의 뇌 사진을 보는데 하트가 보이더라고요. 환자가 병을 낫게 해달라고 보내는 신호 같았습니다.
정태섭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엑스레이(X-ray) 아트'를 창시한 예술가다.
하루하루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고 밤새워 논문을 쓰는 일에 지쳐갈 때쯤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7년 동안 자신과 주변인, 꽃과 와인잔 등을 엑스선으로 촬영했고 포토샵 작업으로 색을 더해 흑백 사진에 빛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2006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국내외에서 100여회가 넘는 전시회를 열었다. 현재 정 교수의 작품은 초·중·고 미술 교과서 10종에 수록됐다.
그는 두 개의 튤립을 연속 촬영한 작품 '우리 썸타고 있잖아?'를 보여주며 말했다.
“꽃을 찍어 그 속을 가만히 보니 두 꽃이 이파리부터 서서히 부딪치고 가까워지는 모양이 꼭 사람이 사귀는 모습 같았죠.”
엑스레이는 사람과 사물의 속을 훤히 비춘다. 외면이 중요해진 시대, 그의 작품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그는 “의학과 예술이 다르지 않다”고 전한다.
의학에서 치료가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컴퓨터 모니터에 보이는 사진을 실제 환자라 생각하며 결과를 판독하고, 그 마음을 확장해 미술 작품을 만드는 거죠.
코로나19 이후 전시 활동이 뜸해졌지만, 일상에서 작품을 위한 오감을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진공관, 앰프 등을 조립하고 새로운 기계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최근엔 공기청정기와 커피 로스팅 기계도 만들었어요.”
정 교수는 2019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명예퇴직하고 그해 9월 인천 서구 국제성모병원에 자리 옮겨 인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인천 바다에서 가져왔다며 소라껍데기로 만든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들려줬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저처럼 재밌게 사는 의사도 있습니다. 잠시 쉬면서 잊고 있던 꿈과 감성을 키우고 새롭게 도약할 힘을 비축해야 합니다.”
예술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힘을 준다.
올해 67세, 스스로 괴짜 의사라 부르는 그는 코로나19가 끝나고 인천 시민과 환자들을 위한 작품 전시회를 꿈꾸고 있다.









